[사람 사람] 현대상선측 관광조장 김대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때 1백40명이 넘었던 관광조장(안내원)이 40명으로 줄었어요. "

금강산 관광객을 안내하는 현대상선측 관광조장 김대영(金代英.24)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같다.

지난해 2월 관광 안내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매일 수백명씩 몰려왔으나 올해 들어선 발길이 급격히 뜸해졌다. 며칠에 한번씩 출발하는 관광객 숫자는 2백명도 채 안된다. 이처럼 관광객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70% 이상 줄자 먼지가 뿌옇게 쌓인 채 서있는 버스가 부쩍 늘었고 동료 조장들도 힘이 쭉 빠져 있다.

金씨는 "휴가는 엄두도 못냈어요. 20일 넘게 친구도 못만나고 TV도 못보면서 일만 하던 때가 있었는데…" 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어느덧 그는 북한측 여성 안내원들과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하지만 그들과 산에서 마주칠 때마다 "아무개는 일을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갔다" 고 말할 수밖에 없어 무척 안타깝다.

金씨는 "정해진 등반코스를 한정된 시간에 돌아야 하는 것은 물론 통관 절차가 까다롭고 환경순찰원 외에는 북한 주민과 접촉할 수 없는 게 문제" 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인들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움직여야 하고, 때로는 줄을 서서 오랫 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

다행히 최근 남북한이 육로 관광에 원칙적으로 합의해 다시 금강산이 붐빌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금강산까지 가는 데는 현대 금강호로 12시간, 쾌속선인 설봉호로는 3시간30분이 걸린다.

하지만 육로가 열리면 30분이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육로 관광이 되면 꼭 다시 오겠다" 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관광일어 통역을 전공한 金씨는 "금강산 외국인 관광이 본격화해 일본인 관광객에게 절경과 기암괴석에 얽힌 전설을 들려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며 활짝 웃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