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사물놀이패 '무지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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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덩 궁 딱 궁/덩 궁 딱 궁/덩 따 궁딱 궁덩...’

25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시 용화동의 장항선 철도옆 한 허름한 건물에서 중년을 넘긴 시각장애인 8명이 더위도 잊은채 장구 ·꽹과리 등으로 영남가락 연습이 한창이다.

지난 4월 조직된 사물놀이패 ‘무지개’.

지난해 11월부터 3월까지 점자교육 방학기간을 활용해 시각장애인연합회 아산지회 오윤근(吳允根 ·64)회장의 제의로 배우기 시작한 사물놀이가 회원들 열성으로 놀이패 창단까지 이른 것.

지난 5월 어버이날 아산시 경로위안잔치에 첫 선을 보인 후 전문 사물놀이패 ‘한배가족’ 공연에 게스트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달 초 수덕사에서 열린 장애인 행사 공연을 성황리에 치른 이후로 이제는 비슷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빠짐없이 초청장이 날아들고 있다.

吳회장은 “이웃의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남을 위해 공연을 한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불러주기만 하면 어디든 가야지요”라고 말했다.

사물놀이패 맴버 가운데 7명은 신문 큰 제목도 잘 안보이는 50∼70대의 1급 시각장애인들이다.연습할 때도 장애인연합회 버스가 2시간이상 걸려 아산시 전지역을 돌며 이들을 태워오고 데려다 준다.

연습장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물놀이 소리를 참지 못한 주민들이 파출소에 진정하는 바람에 두차례 옮겨 다녀야 했다.

결국 인가가 없는 시외곽의 빈 우사(牛舍)를 사용해 오다 이동시간을 줄이려 며칠전 용화동 여성복지대학의 도움을 받아 현재 장소로 옮겼다.

8개월째 지도를 맡고 있는 김철우(42)씨는 “악보를 볼 수 없어 정상인보다 두세배 더 노력하죠.새 장단을 가르켜 주면 그 자리서 아예 외우든가 입장단 소리를 녹음해 집에서 반복해 들으며 연습해요”라고 말했다.

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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