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논술이 있는 책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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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 사이언스
데일 칼슨 지음, 이한중 옮김
휴머니스트, 243쪽, 1만원

“기억하라. 올바른 해답은 물리학과 형이상학 모두에 있다는 것을. 세상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은 우주에 있는 다른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말이다. 욕을 해봐라. 누군가에게 전달될 것이다. 사랑을 해봐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가 사용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아인슈타인은 “3차 대전은 모르겠으나 4차대전은 분명히 돌도끼와 창”이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과학은 인류에게 편리를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행과 재앙을 함께 선사한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공기 속에 있는 질소로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발견해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정부를 위해 독가스를 개발해 인류에 엄청난 재앙을 안기기도 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과학기술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우리는 기술에 붙들려 있을 수밖에 없는데 “최악의 경우는 기술을 중립적으로 고찰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험은 악의에 기초해 과학기술이 사용되어서가 아니라 도리어 선의에 의해 이를테면 우리의 자녀를 위해, 더 많은 행복의 가치들을 위해, 더욱 편리한 문명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발생한다. 과학자나 몇몇 광기의 정치가들보다 우리들 안에 있는, ‘중립성’으로 포장된 욕망이 더 위험한 것이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그전 수십만 년의 몇 배에 달하는 ‘과학적’ 발전을 이뤄냈고 현재 가장 화려한 과학문명의 시대를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이면에는 대기와 대지에 ‘배설’한 인간적 가치가 이제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방향도 알 수 없고, 예측도 불가능한 방사선 같은 이른바 위험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IT·BT·NT로 대표되는 기술적 발전으로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지배하지 못하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다양한 생명복제 기술이 인간의 장기를 대체하고 수명 연장이라는 꿈을 현실화하고 일상의 문화를 한꺼번에 바꿔버렸다. 하지만 토마토를 더 크고 붉고 풍성하게 키우기 위해 활용한 복제기술을 불임 클리닉에 곧바로 사용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틴 사이언스』의 저자는 경고한다.

인류의 삶 자체를 좌우하는 과학의 영역은 이제 더 이상 몇몇 전문가에게 맡겨 놓을 문제가 아니다. 21세기의 시민은 다분히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분과 학문의 벽을 넘어서 내면과 외부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또 스스로 충분히 과학적 소양과 안목을 갖추고 문명의 위기를 넘어설 지혜를 터득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여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청소년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통합적으로 과학을 사유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러준다. 과학의 전체상을 그려주고 과학정신을 일깨워주는 이런 시도는 입시에 필요한 단편적인 과학지식을 교육받아 온 우리 현실에서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법칙으로서의 물리학, 원소들이 결합해 만들어낸 여러 물질의 분자를 연구하는 화학, 다양한 분자가 결합해 생긴 복잡한 유기체를 연구하는 생물학, 이 유기체 중 생각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온 인류와 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상호 연관되고 통합된 과학 세계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다.

“달에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데 그러면 반달에는 토끼만 있어요, 방아만 있어요?”하며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한 우리 아이의 상상력이 더 이상 고갈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과학적 논리성과 합리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배우지만 동시에 인간과 우주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애정을 통해 미래를 건강하게 이끌 ‘작은 주인’들이 살아갈 세상이면 좋겠다.

이윤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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