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DSD삼호 김언식 회장의 소나무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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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인 DSD삼호그룹 김언식(57·사진) 회장의 ‘소나무 사랑’이 주택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아파트 단지에 좋은 소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심기 위해 법적 소송도 주저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닌다.

2008년 강원도 강릉의 옛 주공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소나무 500그루가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소나무를 모두 사들였다. 그런데 당시 주공에서 다시 소나무를 쓰겠다고 해 1년간 법적 소송을 벌인 끝에 전부는 아니지만 120그루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 좋은 소나무가 나올 예정이란 얘기를 듣고는 현장을 여덟 차례 찾기도 했다.

김 회장이 아파트 조경을 위해 소나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소나무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무여서다. 그는 “아파트 단지의 품격은 조경이 좌우하는데 사계절 푸르고 하늘로 뻗어 기상이 느껴지는 소나무가 가장 적격”이라고 말했다.  

김언식 회장은 이런 생각에 250억원을 들여 그동안 전국에서 구입한 소나무 2200그루를 현재 개발 중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자이 단지(4683가구, 8월 입주 예정)에 심고 있다. 이 중 1500그루가 수령 100년 이상의 대적송이다.

소나무 때문에 이 단지의 전체 조경비용은 600억원으로 당초 사업승인 때 계획한 3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보통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조경비가 6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조경비가 배 이상 더 든다. 현재 입주해 있는 단지 가운데 조경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3410가구)에 심어진 소나무가 1200여 그루다. 소나무 구입 비용과 만만치 않은 운반·식재비 때문에 일산자이의 조경비용이 확 늘어난 것이다.

그는 “아파트 조경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좋은 그림과 음악처럼 소나무 덕에 살기 쾌적하고 단지가 아름다운 집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소나무 보급에도 노력하고 있다. 2008년 고양시 일산신도시 킨텍스 전시장에 소나무 60그루를 기증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전시장에 외래종인 리기다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갖고 있던 전통 소나무를 기증한 것이다. 서울시에는 “가로수를 소나무로 대체하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는 온난화 등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국내 소나무를 늘리기 위해 이탈리아의 해양성 소나무를 들여올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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