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고교 문학 교과서 배우지 않아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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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초 고3이 되면서 구입한 교과서 중엔 문학책 상.하권이 있다.

책을 살 당시 국어선생님은 "수능 출제경향과는 거리가 있어 문학책 대신 문제집 위주로 수업을 할 것" 이라고 했다.

그 때 우리들은 "그러면 돈 아깝게 왜 책을 사지?" 하고 수군거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왜, 문학교과서 배우고 싶어?

너희가 해달라면 해줄게. 난 상관없어" 라고 응수했다.

이후 우리는 단 한번도 문학책을 수업에 써본 일이 없었다. 이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 오빠 두명도 교과서만 사놓고 한번도 배우지 않았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 고3만 되면 문제집만 쌓아놓고 풀게 하는 학교, 모두 한심할 따름이다. 요즘 교복 값의 거품을 줄이기 위해 공동구매 등의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같은 맥락에서 매년 수십만권씩 버려지고 있는 교과서 문제를 해결해 식목일에 벌이는 나무심기 행사를 무색하게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솔미.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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