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절반, 사망률 2배 높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9일 민주당 김태홍(金泰弘)의원에게 제출한 '응급의료센터 평가지침 및 시행방안 보고서' 에 따르면 1995년 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대표적인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네곳의 진료실태를 사후점검한 결과 개두(開頭)술을 받은 5백97명 중 당시 환자상태에 비해 수술시점이 부적절하게 지연된 경우는 3백95명(66.2%)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복(開腹)술의 경우 전체 3백10명 중 1백77명(56.7%), 급성심근경색은 4백48명 중 3백6명(68.3%)이 적절한 시점보다 늦게 치료받았다.

이에 따라 사망률이 크게 높아져 개복술의 경우 부적절 지연환자의 사망률은 41.8%로 정상치료 환자 사망률(17.1%)의 두배를 넘었으며, 개두술은 34.4%(정상 20.5%)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의 경우 혈전용해제 투여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74분으로 미국 심장학회 권고기준 30분을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적기에 치료를 받았으면 생존할 수 있었던 '예방가능 사망률' 이 우리나라의 경우 50.4%로 세계 최고수준" 이라고 지적했다. 구미 선진국의 예방가능 사망률은 20%대다.

金의원측은 "응급실 전문의가 부족한 데다 응급의료수가가 낮아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 이라며 "응급진료기금 설립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 고 밝혔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