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스타로 그려낸 대중 스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0호 07면

‘오드리 헵번 & 그레고리 펙’(2010), 캔버스에 유채, 227.3181.8㎝

“어릴 적부터 우표 수집을 좋아했습니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배열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고나 할까. 숙달된 손동작이라면 자신 있었어요.” 메릴린 먼로의 작은 얼굴로 그린 케네디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의 작은 얼굴이 만들어낸 체 게바라 등 이른바
이중 얼굴 초상화 시리즈로 해외 경매시장에서 주목받은 작가 김동유(45). 그의 ‘반 고흐’가 2005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8800만원에, ‘메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2006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3억2000여만원에 거래되면서 화제가 됐다.

‘김동유_지독한 그리기 figure 2 figure’전, 3월 31일~4월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 문의 02-737-7650

하지만 이 같은 스타일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계란을 담는 종이판에서, 우표의 톱니바퀴에서 시작된 ‘반복과 집적’이라는 화두는 그의 의식 속에서 켜켜이 쌓여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걸어온 길을 연대적으로 구분했다. 고교 시절 작품을 포함한 1987년부터 98년까지의 ‘구상 연구’ 시기, 99년부터 2004년까지 꽃·별·나비 등을 이용하는 ‘점으로 만든 이미지’ 시기, 그리고 2005년 이후 대중 스타들의 잘 알려진 초상을 이용하는 ‘얼굴 오마주’ 시기다. 그의 스케치를 포함한 8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중 초상 시리즈와 관련, 그는 “기초 이미지 작성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린다”면서 “최근에는 먹물이 화선지에 풀어지는 느낌을 살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학생 4000원.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