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반집' 때문에 한국기원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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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4일 열린 왕위전 본선리그 조훈현9단과 서봉수9단의 대결에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바둑은 서9단의 반집승. 그러나 패배한 조훈현9단이 이 '반집' 에 이의를 제기해 한국기원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왕위전은 국내의 다른 기전이 '6집반' 덤으로 바뀌었음에도 유일하게 '5집반' 덤을 고수하고 있는 기전이다. (중국과 일본은 모두 5집반)그런데 기전을 담당하는 한국기원 직원이 착각하여 기보 기록 용지의 덤 란에 '6집반' 이라고 써넣은 데서 문제가 시작됐다.

승부가 아슬아슬하게 흐르던 종반전, 서9단이 문득 "덤이 몇집이지□" 하고 기록을 맡은 연구생 소년에게 물었다. 연구생은 써있는 그대로 "6집반입니다. " 고 대답했다. 바둑이 끝나 계가하니 흑을 쥔 서9단이 반면 6집을 남겼다. 서9단은 문득 이상한 예감이 들어 직원을 불렀고 덤 5집반을 확인했다. (하루가 지나면 정정이 불가능하다)

왕위전의 룰에 따르면 서9단의 반집승이 맞다. 그러나 조9단으로서는 이 패배가 어딘지 억울하다. '6집반' 이란 기록자의 대답이 종반의 착수에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조9단은 5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라 이 1패가 도전권에 그대로 직결된다. 서9단은 승리하면 시드가 유력하다.

한국기원은 이 문제로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아직 결론을 발표하진 않고 있다. 다만 승부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대세인것 만은 틀림없다. 룰은 본인이 숙지해야 하며 기록자에게 묻거나 대답하는 것은 구속력이 없다는 것. 따라서 한국기원이 조9단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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