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해상호텔 남북토론회 끝으로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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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6.15 공동선언 1주년을 맞는 지난 15일 금강산은 통일대토론회를 위해 이 곳을 찾은 6백여명의 남북한 인사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장전항에서 만난 현대와 북한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관광사업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장전항에 정박한 6층 규모 해상호텔인 해금강호 김인철 총지배인은 "17일에 철수하기 위해 직원 10명이 남아 정리 중" 이라고 말했다.

한때 카지노가 설치될 예정이던 2층 대연회장은 설비를 모두 들어내 휑하니 비어 있었고, 지하 1층 디스코텍과 가라오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토론회 손님맞이 때문에 임시로 문을 열고 청바지 차림으로 손님을 맞은 한 여직원은 "해상호텔이 영종도 공항으로 팔려간다는 소문을 들었다" 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현대아산 관계자는 "해금강호의 철수는 루머일 뿐" 이라며 "현대아산측이 이를 인수해 관광 활성화를 지켜본 뒤 다시 문을 열 예정" 이라고 해금강호 매각설을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 관계자는 "건설인력 등은 다 철수하고 2백60명만 남았다" 며 "금강산 관광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이곳에 나온 북한 세관 직원들이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 귀띔했다. 에어컨과 온수가 나오는 사무실에 근무하던 북측 직원들이 요즘 들어 관광객이 뜸해지면서 노력동원으로 인근 농촌에 일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지자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

건설인력이 모두 철수한 숙소 주변엔 '반출' 이라는 붉은 페인트 글씨가 적힌 적재함과 'HYUNDAI' 라고 적힌 녹슨 건설장비가 남한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 편 주차장에는 현대가 관광객 수송에 쓰던 신형 버스 50여대가 뽀얗게 먼지를 덮어쓰고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남한 최신 가요가 흘러나오는 온정각 벤치에는 현대 금강호 편으로 도착한 외국인 노부부가 관광 일정을 기다리다 지친 듯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곳 식당에 파견나온 현대백화점 지배인 진병균씨는 "손님이 줄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 성심껏 모시고 있다" 고 말했다.

1년 중 절반을 금강산에서 지내고 있다는 방종삼 금강산관광총회사 총사장은 "육로관광이 언제쯤 가능하겠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경의선도 연결한다고 하고 중단상태인데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 고 말해 군부 설득 등 난관이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장전항에서 만난 현대측 관계자들은 머지않아 관광이 정상화되고 특구지정.육로관광이 실현되면 이곳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이윤수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은 "최근 관광객 급감으로 젊은 관광조장들을 떠나보내며 '활성화가 되면 다시 금강산으로 부르겠다' 고 말할 때가 가장 가슴아팠다" 면서 "하지만 현대건설 소속으로 과거 중동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고 말했다.

1년10개월 전 부임한 뒤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해 온 李총소장은 출입국사무소 주변에 조성한 3만5천평 부지를 번지점프장 등 젊은층을 겨냥한 테마파크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강산=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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