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좌초'와 '피격'…어느 말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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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보고와 구조요청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용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군이 해경에 구조지원 요청을 할 때 '좌초'라고 통보했다는 주장과 최원일 함장이 상황보고를 할 때 '피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군 당국이 사실관계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평택 해군2함대는 지난 26일 밤 9시33분 인천해양경찰청 상황실에 구조지원을 요청하면서 "천안함이 좌초되고 있다"고 통보했다. '좌초'란 배가 암초에 얹히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이 어뢰나 기록 등 외부폭발이 아닌 암초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2일 최 함장이 사고 당일 함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2함대 사령부에 첫 보고를 할 때 "피격당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외부 폭발'설이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이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은 "상황이 발생하자 대포술장이 2함대사령부에 보고를 했고 함장은 구조작업 지휘 때문에 제일 먼저 보고한 것은 밤 10시32분"이라며 "구조상황에 대한 교신이었는데 다른 교신을 한 것은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합동조사단에서 전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피격당했다"고 보고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지는 미지수다. '좌초'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당시 현장 보고가 중요한 참고자료임에는 틀림없지만 긴급 상황에서 이뤄진 보고가 얼마나 정확한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신기록을 분석했다는 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 '피격 보고'를 보도한 이 언론도 "최 함장이 종합적인 상황 파악을 한 뒤 보고를 했는지 아니면 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본능적인 표현을 쓴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신기록에는 당연히 함장의 최초 보고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군은 1일 사고 전후 상황을 공식 발표하면서 끝내 교신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교신 내용을 공개하는 대신 일부만 발췌 가공해 발표했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각종 소문과 추측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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