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이 6.15선언 1주년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교환한 것이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지, 소강국면을 지속시킬지를 두고 상반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측의 메시지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촉구한 데 비해, 북측의 메시지는 외세배격과 민족이익을 강조할 뿐 대화 재개에 대한 답변을 피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이번 메시지 교환에 대해 "남북대화를 조만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 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같은 관측이 나오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선언한 뒤 뉴욕채널을 통한 준비접촉이 시작된 만큼 머지않아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즉 북.미관계의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도 자연스레 풀려나갈 것이라는 '낙관론' 이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의 걸림돌이었던 금강산 관광문제가 ▶육로관광▶관광특구 지정▶관광대가 조정 등에 의견접근을 봄에 따라 북측의 불편한 심기도 다소 완화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의 문맥을 놓고 보면 이런 낙관론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북측 메시지 중 "민족 내부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남북관계를 우리 민족의 의사와 이익에 맞게 풀어나가야 한다" 고 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자주문제를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자주문제를 둘러싸고 남북의 인식차가 크다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6월 22일 임동원(林東源) 당시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6.15선언의 자주에 대해 "외세배격 등 '배타적 자주' 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에 둔 '열린 자주' 를 뜻하는 것으로 두 정상이 합의했다" 고 증언했지만, 북측은 이번에 외세배격을 전면에 내건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보도매체를 통해 '외세공조' 를 비판하면서 '민족공조' 를 촉구해오기는 했지만 이번에 당국간 전화통지문에서 외세배격을 강조한 것은 그 무게가 다를 뿐 아니라 남북대화에 당분간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측이 부시 행정부 출범 이래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자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상실한 남측보다 미국과의 대화에 주력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한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