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백령도서 규모 1.5 지진파 TNT 170~180㎏ 폭발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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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당시 측정된 지진파로 사건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진계에 기록된 폭발의 세기와 지진파를 분석해 폭발 원인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26일 오후 9시21분59초에 백령도지진관측소 지진계에서 규모 1.5 수준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이는 TNT 170~180kg의 폭발 위력이다. 지진관측소는 사건 해역에서 직선거리로 10㎞ 정도 떨어져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계에 지진이 아닌 발파 작업 등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파형이 나타났다”며 “백령도를 제외한 다른 기상대에서는 이와 같은 파형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이즈란 진도를 측정할 수는 없을 정도지만 지진계가 미세하게 움직인 것을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진파를 분석하면 사건 원인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파는 도착하는 속도로 종류를 구분하는데 보통 육상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P파(primary wave·종파)와 S파(second wave·횡파) 두 가지가 발생한다. P파는 지진계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S파는 P파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바닷속에서 지진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물을 통해 전달되는 T파(tertiary wave·음향파)라는 제3의 파장도 관측된다.

극지연구소 박민규 박사는 “지진파를 들여다보면 대략적인 사건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로 “(선체가) 긁히는 경우에는 T파가 발생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P파는 발생하기 어렵다”며 “바닷속에서 폭발이 발생할 경우에는 P파와 T파가 모두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T파는 속도가 느려 수중에서는 음향파로 전달되다가 섬이나 해안을 만나면 육지파로 전환돼 지진계에 잡힌다. 일반적으로 육상의 지진계에서는 T파가 굉장히 약해진 다음에 기록되지만 섬이나 해안에 설치된 지진계는 관측하기 쉽다.

한편 기상청 지진감시과 유용규 사무관은 “백령도지진관측소에서 감지한 지진은 노이즈 수준이어서 파형 분석을 통해 지진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여러 곳에 지진계가 설치돼 있는데 천안함 폭발이 관측된 곳은 백령도기상대뿐이어서 ‘폭발’이 발생한 지점이나 발생 시간을 정확히 감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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