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서술형 평가 지침 배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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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수남(소설 주인공)이의 마음속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찾아 쓰고, 그 표현이 의미하는 행동이나 심리의 변화를 조건에 맞게 서술하시오.”(중1 국어,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을 지문으로 제시)

“신문 사설에서 A씨(실망 노동자)와 같은 사람을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용어를 쓰고, 실업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하시오.”(고1 일반사회)

서울시교육청은 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중학교 국어·사회, 고교용 전 과목 서술형 평가 자료집을 각 학교에 배포했다. 서술형 평가에 대비해 마련한 이 자료집은 서술형 문항을 어떻게 출제하는지 채점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예시문항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올해 1학기 중간고사부터 초등학교 3~6학년과 중·고교의 내신시험에서 주관식 문제 중 30%를 서술형으로 전환해 출제하고, 점차 그 비율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었다. <본지 1월 20일자 1·20면, 2월 24일자 22면>

자료집에 따르면 학생들은 문제와 지문을 꼼꼼하게 읽고 주어진 조건에 맞게 답안을 작성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김경희 장학사는 “단순 암기로 풀 수 있는 문항은 제외하고 학생들이 문제와 지문을 읽은 뒤 깊이 생각해야 답을 쓸 수 있는 문제를 예시로 냈다”고 설명했다. 자료집의 문제들은 대부분 한 문항에 여러 개의 질문을 주고 질문마다 배점을 달리해 학생 간 점수 차가 지나치게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고1 국어 예시 문항의 경우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남북한 아이스하키 경기 결과를 다룬 신문의 보도 태도를 물었다. ‘한국 빙구 북한 꺾었다’ ‘남북한 빙구 명승부 연출’이라는 제목을 뽑은 두 신문의 보도 태도가 다른 이유를 서술하라는 것이다.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 없이는 정답을 쓰기 어려운 문항이다. 시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중·고교 교사 연수를 실시해 중간고사 문제 출제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에선 창의력 교육을 하기 어려운데 시험 문제만 바꾸면 되느냐”는 반응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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