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북정책 발표문 아미티지 보고서 '판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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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내놓은 새 대북(對北)정책이 1999년 3월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정책제언 보고서 내용과 거의 같아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북 포괄 접근'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http://www.ndu.edu/inss/strforum/forum159.html)는 북한 핵.미사일.재래식무기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하며,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경우 식량.경제지원, 안전보장 담보, 관계정상화를 하는 것이 골자다.

보고서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북한 미사일 수출 선박의 요격을 비롯한 봉쇄정책을 실시하고, 선제공격까지 단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비롯한 11명이 참가했으며, 아미티지가 대표 집필했다. 아미티지와 울포위츠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결정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다.

◇ 뭐가 닮았나〓6일의 부시 발표문 요체는 대북 포괄적 접근과 상호주의다. 핵.미사일.재래식무기를 함께 다루되 북한이 호응하면 제재 완화와 정치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발표문은 99년에 발표된 아미티지 보고서의 축소판에 가깝다. 보고서는 94년의 제네바 핵합의가 북한의 위협을 막는 데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부시 발표문에서 '제네바 합의 이행의 개선' 으로 표현됐다고 봐야 한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 위협의 통합을 강조한다. 핵.미사일.재래식무기 문제를 함께 다뤄야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발표문에 '포괄적 접근의 틀에서 추진하겠다' 로 요약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가 제시한 대북협상 의제도 발표문과 똑같다. 제네바 합의(핵), 미사일, 재래식무기 위협, 식량.경제 지원과 제재, 안보보장, 관계정상화가 그것이다.

차이라면 보고서가 구체적 대안을 담았다면 발표문은 알맹이가 없다. 보고서의 대북봉쇄와 선제공격 부분은 발표문 성격상 담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시사점은〓아미티지 보고서가 곧 부시의 새 대북정책이라는 보장은 없다. 보고서가 나온 지 2년이 지나 그새 적잖은 상황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가 부시 발표문과 흡사한 데다 아미티지와 울포위츠가 대북정책 입안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준다. 첫째 제네바 합의의 검증과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다. 보고서가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아예 제거해야 한다고 한 점은 흥미롭다.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의 지향점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로의 편입이라는 점과 재래식무기의 상호 감축을 내세운 것도 주목거리다.

대북지원책도 포괄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내의 북한 재건기금 설립과 북.미 원자력협력협정 체결 교섭, 대체에너지 개발은 구체적이고 획기적이다. 대체에너지의 경우 원자력이 핵심인 제네바 합의 구성 에너지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만큼 화력발전소 건설 지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채찍' 의 내용은 섬뜩하다. 선제공격과 공해상의 미사일 수출선 요격을 그 예로 든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해법은 이 보고서 안에 있을지 모른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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