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강산관광 합의가 실현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대아산과 북한이 존폐 기로에 섰던 금강산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 수에 따른 지급금 산정, 육로 관광 실시, 관광특구 지정에 합의했다는 것은 다행스럽다.

양측이 현대아산의 자본금 잠식 상태를 초래했던 기존의 비수익적 합의 구조를 채산성이 엿보이도록 관광 환경과 조건을 뒤늦게나마 개선하기로 하면서 교착상태의 남북 당국간 회동의 길을 연 것은 평가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도 불투명한 요소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의 문제점을 말끔히 해소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북한 당국과 현대 3자가 불투명한 요소와 부자유스런 관광 조건 등을 차분하게 따져 개선하는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야 남북 화해.협력의 징표로서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할 것이다.

현대측은 우선 합의서를 공개해 투명한 상태에서 정부 및 금융 당국의 지원과 타기업의 투자를 유인해야 할 것이다. 현대측이 "지금 합의서를 공개하기 어렵다" 면서 일방적으로 밝힌 발표문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의 미지급금 4천6백만달러 중 2천2백만달러만 북한에 금명간 주기로 했으며, 육로 관광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현대의 능력에 맞게 합리적으로 지불' 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이같은 설명은 너무 모호해 언제든지 분쟁의 씨앗이 될 불안요소다.

이런 불투명성 때문에 달러가 아쉬운 북한, 대북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는 우리 정부, 관광사업 중단 위기를 모면하려는 현대 등 3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협상이 두루뭉수리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게 한다. 경의선 연결 합의도 북한이 지키지 않는 상태에서 육로 관광 개설이 쉽게 실천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분명히 밝힌 후 남북 협력기금이나 은행의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제3자의 컨소시엄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호혜적 교류여야 이 민족적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음을 직시, 당국간 회담에서 관광객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관광할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내는 실사구시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