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육로관광 합의 로 새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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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와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육로관광 등 금강산 관광 활성화 방안에 합의함에 따라 중단 위기에 놓였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육로관광을 위한 남북 당국의 협의와 승인 절차가 남아 있으며 무엇보다 자본금이 바닥난 현대아산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자금차입에 성공할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태여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완전 정상화를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금강산 관광 틀이 바뀐다〓앞으로 금강산 관광은 육로관광 위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지난 2년반 동안 유지돼온 해상관광은 쾌속선 한척만 띄우는 소규모 형태로 명맥만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육로관광이 본격화할 경우 당일관광이 가능해지고 비용도 지금보다 훨씬 싸지게 된다. 현대측은 이 경우 최소 연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기대하고 있다. 육로관광 개시 1년 뒤부터는 관광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와 북한측 아태평화위원회가 합의한 대로 육로관광이 내년 하반기 중에 가능하려면 올 가을 착공할 도로 복원공사를 8개월 정도에 끝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사분계선 구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뢰제거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으며, 경의선(京義線)복원공사처럼 정치적인 변수로 작업이 마냥 중단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육로관광은 2003년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 관광료 현실화는 이뤄졌나〓현대는 이번 협상에서 관광료 지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육로관광이 시작되면 관광객수에 맞춰 현재의 절반 또는 4분의1 수준의 금액만 내기로 했다는 게 현대측 설명이다.

하지만 육로관광 시작 전에는 '현대의 능력에 맞게 합리적으로 지불' 키로 하는 등 해석이 모호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파행이 재연될 불씨는 남아 있다.

◇ 돈이 문제〓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금이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은 현재 상태로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금이 바닥 난 현대아산측은 당장 관광료 미납금 2천2백만달러를 지불하기 위해 이번 합의에 따른 '사업성' 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현대아산측의 요청을 모두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6백억~1천억원이 소요될 도로 건설자금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지만 야당의 반발이 만만찮고 현재로선 명분이 약해 정부로서도 아직은 검토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아산은 또 해상관광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상선으로부터 해상호텔과 쾌속선을 인수해야 하나 현재로선 여력이 없다.

결국 현대아산이 금강산의 관광특구 지정을 내세워 다른 국내외 기업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을 지속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컨소시엄 구성에 현대측이 원하는 기업들이 참여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중.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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