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폭탄 들고 몸 던진 ‘검은 미망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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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검은 미망인들의 귀환(return of Black Widows)’. AFP통신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지하철 연쇄 자폭 테러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번 테러의 용의자가 체첸이 위치한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의 이슬람 여성들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폐쇄회로TV(CCTV) 자료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캅카스 외모를 한 18~20세 정도의 여성 2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검은 미망인’은 2000년대 초반 러시아에서 잇따라 발생한 자폭 테러 공격에 가담했던 체첸 출신 여성들을 가리킨다. 이들 중 상당수가 1994~96년 러시아 연방정부와 벌인 1차 체첸 전쟁과 이후의 독립투쟁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고, 차도르 등의 검은색 이슬람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남편뿐 아니라 아들과 형제·아버지 등을 잃고 복수를 위해 테러에 뛰어든 여성들도 포함된다.

최초의 검은 미망인은 2000년 6월 체첸 주둔 러시아군 기지를 공격한 하바 바라야바로 알려져 있다. 당시 17세였던 바라야바는 폭발물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군기지로 돌진, 막사 밖에서 자폭했다. 하지만 이 말이 더 널리 알려진 것은 체첸 반군들이 주도한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때부터다. 당시 배우·관객 등 800여 명을 인질로 붙잡은 테러범 41명 가운데 18명이 검은색 복장에 폭탄벨트를 두른 여성이었다. 이들 중 2명은 고향인 체첸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에서 자행된 자폭 테러 중 최소 16건이 검은 미망인들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29일 보도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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