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이성남 '부메랑'에 수원 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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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골대를 맞히면 진다'는 징크스도 성남 일화의 저력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반면 "대환이의 승운(勝運)을 믿는다"며 국가대표 이운재를 두 경기째 벤치에 앉혀두고 김대환을 주전 골키퍼로 기용한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의 운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성남이 골대를 세 번이나 맞히는 불운을 극복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성남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후기리그에서 수원을 2-1로 꺾고 9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선두를 달리던 수원은 울산 현대에 골득실에서 뒤져 2위로 내려앉았다. 수원의 5연승을 저지한 주역은 2년 전까지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이기형과 이성남이었다.

전반 36분 수원은 아르헨티나 출신 무사의 헤딩 패스를 마르셀이 수비 뒤에서 오른발을 갖다대는 감각적인 슛으로 선취골을 얻었다. 전반 30분 두두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은 성남은 41분에도 이기형의 대포알 같은 프리킥이 또 골대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그러나 후반 1분 이기형이 기어코 해냈다. 미드필드 중간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기형이 30m가 넘는 장거리포로 연결했고, 볼은 김대환이 손쓸 틈도 없이 왼쪽 골네트에 꽂혔다. 6분 두두의 프리킥이 또 골대를 때렸지만 19분 이성남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감아찬 볼은 절묘하게 휘며 오른쪽 골문을 파고들었다.

수원은 김대의.우르모브.서정원을 잇따라 투입해 '속도전'으로 성남 문전을 두들겼다. 그러나 수원구단 직원이 우승을 기원하며 독일에서 수입해 왔다는 푸른색 줄무늬 골네트는 더 이상 출렁이지 않았다.

울산은 대전 시티즌과의 원정경기를 3-1 승리로 장식해 선두로 뛰어올랐다. 전반 12분 선취골을 내준 울산은 전반 22분 이호의 중거리슛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울산은 전반 43분 최성국의 프리킥을 카르로스가 역전골로 연결했고, 후반 22분에는 최성국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울산(5승1무2패)은 수원(5승1무3패)과 승점 16점으로 같지만 수원보다 한 경기 덜 치러 여유있게 남은 레이스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전북 현대는 종료 직전 터진 에듀의 결승골로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실패 이후 침체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났다.

수원=정영재 기자,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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