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발상의 전환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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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조동일(서울대 국문과.사진)교수가 우리 학문의 나아갈 길에 대한 모색을 문고판 크기의 얇은 책 속에 담았다.

그가 펴낸 『우리 학문의 길』 『이 땅에서 학문하기』(지식산업사)의 대중용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그 분량의 왜소함과 문체의 평이함과는 달리 내용은 어느 책보다 묵직한 이 시대 교육문제의 핵심을 다루고 있다.

조교수는 붕어빵 찍어내듯 하는 현재의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창조적 지식인과 학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현실적 대안으로 대학입시의 구술고사를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창조적 개혁을 한다고 초등학교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 일거에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전제다. 현실적으로 대학을 기능인이 아닌 창조적 능력을 가진 학자를 길러내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대학 선발단계에서부터 그런 싹이 보이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술고사를 "고등학교 공부에 매몰되어 관습화된 사고를 하는 데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그 단계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하고 창조의 가능성을 키웠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고 주장한다.

따라서 구술고사에서 단순한 전공지식의 암기수준을 질문해선 안된다. '수학공부와 문학공부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해서 자연과학부가 아닌 어문학부를 선택했는가?' 라는 식으로 질문해야 한다. 시키는 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생각해서 깨닫는 공부를 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학생을 선발했더라도 실제론 평범한 기능인으로 만드는 기존의 대학교육이 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먼저 창조적 발상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이 구술고사를 준비하기 위한 수험생 가이드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 사실 구술고사에 대한 구체적 답변방식을 설명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런 문답을 근원적으로 뒷받침하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길러준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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