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동상 놋그릇·고철로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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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놋그릇과 놋숟가락, 선박 엔진 등에서 나온 고철까지 녹여 만들었다.”

서울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청동이 부족해 놋그릇 같은 일반 고철을 녹여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시 이비오 도심활성화담당관은 “동상을 보수하기 위해 1966~68년 제작에 참여한 기술자 7명과 관련자로부터 22건의 제보를 받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상의 주물을 만든 성동구 성수동의 대광공업사에서 주조기술자로 일했다는 김주남(65)씨는 “당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청동이 부족해 국방부가 가져온 탄피를 사용했으나 동상 형상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놋그릇과 선박에서 나온 고철을 썼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고철의 양이 모자라 한 번에 주물작업을 하지 못하고 재료가 조달되는 대로 작업을 하다 보니 동상의 재질과 두께가 고르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심 서울시 1축정비팀장은 “동상이 왜 청동 고유의 색을 내지 못하고 색상도 균일하지 않은지 이번에 알게 됐다”며 “이 때문에 최근 동상이 내시경 검사까지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동상은 또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1.5m 정도 큰 6.5m 높이로 제작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동상을 제작한 고 김세중 작가(1986년 작고)는 용산구 효창동의 집 마당에 각목과 비닐로 작업장을 짓고 초봄부터 여름까지 작업했다.

김세중 작가의 점토 조각 작업에 참여한 백현옥(70)씨는 “처음에는 5m 높이로 시작했다가 세종로가 100m로 확장되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동상 크기를 더 높여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로 6.5m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김세중 작가는 당시 이 같은 변경안을 반영하기 위해 동상의 투구 부분을 조각할 때는 작업장의 지붕을 뚫고 작업했다고 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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