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구좌 잔고→계좌 잔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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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구좌의 잔고가 부족하다”며 돈을 입금토록 유인하는 금융사 사칭 전화사기가 여전하다. 이런 꾐에 넘어가서도 안 되지만 ‘구좌’ ‘잔고’란 말의 쓰임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 관련 용어 가운데 일본식 표현이 적지 않다. ‘구좌(口座·こうざ)’와 ‘잔고(殘高·ざんだか)’가 대표적인 예다.

“사기범의 구좌에 자금을 이체했을 경우 바로 거래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하라” “그는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니 통장 잔고를 보호해 주겠다’며 접근했다”처럼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식 한자 조어에 따른 ‘구좌’와 ‘잔고’는 ‘계좌(計座)’와 ‘잔액(殘額)’으로 바꿔 쓰는 게 좋다.

물건이나 돈 등을 계속 거래하는 곳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거래선(去來先)’도 ‘거래처(去來處)’로 순화해야 할 말이다.

‘거래선’은 사고판다는 뜻의 우리말 ‘거래(去來)’에 일본에서 장사나 교섭의 상대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선(先·さき)’을 붙여 만든 일본식 한자어다. 일본어투 ‘선(先)’은 ‘처(處)’로 바꿔야 한다. ‘구매선, 구입선, 판매선’도 마찬가지다. ‘구매처, 구입처, 판매처’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말을 제쳐 두고 일본식 한자어를 쓸 이유가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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