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너도나도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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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에 걸려오는 지역민원 전화로 골머리를 앓던 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달 초 발신자번호표시(CID)서비스에 가입하면서 고민을 덜게 됐다.

이 의원은 1백여개 정도의 당직자.친지.비서진 번호 등 미리 입력해둔 것 이외의 번호가 수신음과 함께 액정화면에 찍히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신 나중에 비서를 통해 이들 '낯 모르는' 전화의 용건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CID서비스가 정치권에서도 유행이다. CID서비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모르는 사람' 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의 상당수가 욕설.민원전화이기 때문. "일단 전화를 받으면 중간에 끊기가 쉽지 않지만 아예 안 받으면 난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고 말한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자택전화도 액정화면에 번호가 표시되는 CID전용 전화기로 교체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 집에 이 전화기를 설치했다는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술 취하면 상습적으로 시비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었는데 '당신 번호를 다 알고 있다' 고 호통쳤더니 다음부턴 뚝 끊어지더라" 고 말했다. 그러나 CID서비스도 전화를 건 사람이 '자기번호 표시방지' 기능을 사용하거나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경우엔 번호가 찍히지 않아 별 대책이 없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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