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 시스코사 IT업계 '흔들리는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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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정보기술(IT)업계의 선두주자인 오라클과 시스코가 IBM과 주니퍼의 도전으로 1등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오라클과 시스코는 각각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70~8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IBM과 주니퍼에 10~20%의 시장을 내주는 등 고전 중이다.

오라클을 궁지에 몰아넣은 경쟁사는 IBM. 지난해초 2% 안팎이던 IBM의 데이터베이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말 30%대로 급성장했다.

반면 8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오라클은 60%대로 주저앉았다.

IBM의 성공전략은 '짜깁기식' 판매방식. 회계.생산.전자상거래 등 모든 분야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판매하는 오라클과 달리 IBM은 다양한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를 사들여 '짜깁기' 해 파는 전략을 폈다.

IBM은 시벨.아리바 등 오라클의 경쟁사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단시일내 오라클을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제품가격을 오라클 소프트웨어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춰 파는 IBM의 저가 전략도 한 몫했다. 5년된 신생 기업 주니퍼도 최근 라우터 시장에서 시스코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라우터란 각종 통신망을 연결하는 인터넷 접속 교환장비로 회사 등에서 인터넷 접속환경을 구축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시스코는 지난해 4분기까지 라우터 시장의 68%를 차지했으나 올 1분기에는 59%에 그쳐 석달새 10%의 시장을 잃었다. 반면 주니퍼는 29%에서 38%로 뛰었다.

시스코에서 떨어져나온 고객들을 주니퍼가 고스란이 흡수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주니퍼의 매출은 올 1분기 3억3천2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배가 늘었다.

주니퍼의 최대 강점은 기술력이다. 주니퍼 라우터는 초당 2.5기가바이트로 시스코 제품보다 속도가 빠르다.

주니퍼의 약진에 놀란 시스코는 이른바 '주니퍼 킬러' 라는 3개의 엔지니어팀을 구성해 10기가바이트급 고성능 라우터 개발에 착수하는 등 시장지키기에 나섰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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