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닷컴 옥죄는 음란물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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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수익모델 부재로 골머리를 앓는 닷컴기업들이 '음란물과의 싸움' 에 휘말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최근 국내 1위 포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즈를 경고 조치했다. 58만여개 동호회에 2천1백여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다음카페' 에 음란소설.음란동영상.음란게임 등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한달 이내에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음카페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19세 미만의 출입을 막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당연히 다음은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다. 다음 관계자는 "안그래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에 모니터링에 더 많은 인원을 어떻게 투입하느냐" 고 하소연한다.

지금도 10명의 모니터요원과 70여명의 네티즌으로 구성된 '다음지기' , 10명의 카페 운영자가 참여하는 카페주인연합 등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음란물을 찾아내는 게 사막에서 바늘찾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위원회가 음란물이 돌아다니는 대표적인 P2P(Peer to Peer)소프트웨어로 지목, 홈페이지 폐지 조치를 내린 훈넷측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년여에 걸쳐 P2P프로그램 '애니나라' 를 개발했지만, 이제 애니나라는 물론 함께 개발한 다른 프로그램 6개도 배포하거나 알릴 방법이 없어졌다. 애니나라는 이미 50여만명의 네티즌들이 쓰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훈넷 김범훈 사장은 "음란물을 올려놓을 경우 경찰이 조사할 것이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려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며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이 어떤 프로그램을 공유하는지 회사가 통제할 방법이 없다" 고 설명한다.

위원회 유호경 부장은 "좋은 기술로 좋은 칼을 만들었어도 흉기로 쓰인다면 막아야 한다" 고 말한다. 하지만 훈넷 김사장은 "칼이 흉기로 쓰인다고 칼을 만든 기술자를 어떻게 처벌하느냐" 고 반박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애써 개발한 정보통신 기술이 음란물을 주고 받는 데 사용됨으로써 개발업체들의 목을 죄고 있다는 것이다.

테헤란밸리 업체들은 "모니터링도 해야 하지만, 네티즌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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