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U 대북수교 신경쓰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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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럽연합(EU)의 대북한 수교결정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서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의 논평 등 공식적인 반응은 EU의 움직임을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문가 분석이나 언론 보도에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에 발을 깊숙히 들여놓는 유럽' 에 대한 경계심이 묻어나오고 있다.

우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14일 CNN 인터뷰 발언도 뉘앙스가 묘하다. 그는 코멘트를 요구받자 "그것은 EU가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할 말은 없다" 고 말했다. "좋은 일" "환영한다" 같은 표현하고는 거리가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대화를 중단한 후 EU가 대북 접촉을 강화하자 미국측은 이를 매우 신경쓰는 분위기였다. 제시 헬름스 상원외교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그들(EU)이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은 없지 않으냐" 며 EU의 영향력 확대를 애써 무시하려 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것 같다. 뉴욕 타임스는 15일자 보도에서 "미.북 대화가 중단된 후 EU가 한반도에서 역할을 증대하겠다고 한 것은 대체로 미국에 대한 일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고 한 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유럽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 고 덧붙였다.

AP통신도 "북한에 대한 주요 원조지원국인 유럽은 미.북간에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북한이라는 공산주의 정권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아시아에서의 유럽 영향력 확대를 주목하고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전략문제연구소(CSIS) 퍼시픽 포럼의 랠프 코사 이사장은 "유럽은 그동안 아시아 개입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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