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반장 · 부반장 엄마들에게 상 왜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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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강당으로 모이라는 선생님 말씀에 전교생이 강당에 집합했다. 강당 단상 위에는 30여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앉아 있었다. 갑자기 강당으로 학생들을 모은 데다 학부모들까지 있어 무슨 행사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단상 위에 있는 학부모들에게 어버이날 상장과 메달을 수여하기 위해 학생들이 모인 것이었다.

2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장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상장과 메달을 수여한 뒤 모두 훌륭한 어머니이기 때문에 표창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어머니들은 모두 학급의 반장 혹은 부반장의 어머니들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나뿐 아니라 모두들 씁쓸해졌다.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훌륭한데 단지 학급의 반장.부반장의 어머니란 이유로 '훌륭한 어머니' 란 호칭을 붙이며 상장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개인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부모님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의미있는 어버이날 행사가 아니었을까.

오정은.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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