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국제학술대회서 과거사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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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베트남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TV드라마가 베트남의 안방을 차지한 지 오래이며, 그 덕에 장동건 등 몇몇 연예인들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문화의 교류는 베트남전 당시의 구원(舊怨)을 씻고 동아시아의 협력 파트너로 관계를 맺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학술교류도 활발하다. 문화가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라면, 학술은 그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원동력이다. 그런 창구역할을 하는 곳 중의 하나가 1998년 창립한 한.베트남 사회인문과학연구원(원장 이근엽)이다.

베트남어 전공자와 역사학자 등의 모임인 이곳에서는 격년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재작년 첫번째 학술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19일 중앙대 서울 캠퍼스 국제정보통신문화관에서는 '제2회 한.베트남 국제학술대회' 가 열린다. 이번 주제는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와 현실' 이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과 베트남, 일본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베트남 독립과 통일의 지도자인 보 구엔 지압의 부인인 당 빅하 박사(전 베트남 국립 사회인문과학원 부원장) 등 비중있는 인물이 많다.

당박사외에 반 타오 박사(전 베트남 국립 역사연구원장)와 일본의 베트남사 최고 권위자인 와세다(早稻田)대 시라이시 마사야 (白石昌也)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선다. 한국측 참가자는 이원장을 비롯해 조재현(한국외대).이숙종(강남대) 교수 등이다.

당박사는 '베트남의 여성문제의 회고-민족사적 의미' 를, 반박사는 '막 딘 치의 연경(燕京) 및 개경(開京)행' 을 주제로 강연한다.

14세기 베트남의 대학자였던 막 딘 치는 중국 원나라 때 연경에서 한국 여인을 만나 자식까지 낳았던 한.베트남 교류사의 중요한 인물. 시라이시 교수는 20세기 초 일본에 유학가 신문명을 배우자며 베트남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일었던 '동류(東留)운동' 을 조명하며, 조교수는 조선시대 24명의 제주도민들이 안남국(安南國.베트남)에 표류하게 되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당시 조선과 베트남의 외교적 수완을 비교.분석한다.

조교수는 "감춰진 과거사를 발굴,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양국의 이해를 돈독히 하는 게 행사의 주된 목적" 이라고 밝혔다. 02-815-8985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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