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 홀대 반발 서울대 교수들 집단행동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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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대학교 인문대·사회대·자연대 등 3개 단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와 대학측의 기초학문 홀대 정책 등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조만간 3개대 교수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 이기준(李基俊)총장에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제시할 계획이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李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대학본부 측은 이에 대해 "학내의 합리적인 지원 요구를 외면한 적이 없으며, 대학 구성원이 경쟁력을 키우는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이같은 움직임은 유감" 이라면서도 "공식 문제 제기 때까지 대응을 자제하겠다" 고 밝혔다.

3개 단과대는 각기 학과장 회의를 통해 2명씩의 성명서 집필교수를 선발, 6명의 교수가 만든 성명서 초안을 14일 3개 단과대학장 회의에 제출했다.

성명서 초안은 "李총장이 기능적 관점으로만 대학 정책을 펴는 등 편향된 학문관으로 대학내 기초학문 분야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이르렀다" 며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내(忍耐)의 연구실' 을 박차고 나가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겠다" 고 밝히고 있다.

성명서는 ▶학내 여론의 민주적 수렴▶기초학문 육성방안 제시▶연구비 편중배분 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직선 총장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다닌다" 며 "총장은 리더십을 보여달라" 고 주문했다.

6명의 교수는 인문대 K.사회대 H.자연대 C교수 등으로, 이들은 "지난 2주간 학내 여론수렴을 거쳐 초안을 작성했다" 고 말했다.

세 단과대 학장들은 14일 오후 회의를 열고 성명서 초안을 검토했으며, 15일 2차 모임을 가진 뒤 학과장 회의 추인을 거쳐 17일께 최종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학장은 "성명서 발표로 대학본부측과의 정면 대치가 우려되나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 이라고 밝혔다.

3개대 교수들은 그동안 "모집단위 광역화.두뇌한국(BK)21 사업 등 각종 대학 정책과 본부 인사 등이 기초학문을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며 반발해왔다.

특히 대학본부가 지난달 새로 배부한 교직원 수첩의 서울대 기구표에 옛 문리대 소속인 인문대.사회대.자연대를 앞세우던 관행을 바꿔 '가나다순' 을 적용하자 불만의 표시로 3개대 학장이 학장회의 참석을 한달째 거부하고 있다.

조민근.김영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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