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가 '장게이트' 파문 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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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는 1면 등 3개면에 걸쳐 한국인 교포사업가 데이비드 장(57)씨의 스캔들을 보도했다.

중심 줄거리는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에 대한 불법 선거자금 지원과 실패한 대한생명 인수로비 등이지만 장씨와 유력인사들의 로비결연(結緣)도 곁가지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토리첼리 의원의 지역구가 뉴저지주여서 장씨 스캔들은 지난해 이미 뉴욕 타임스에 폭로됐으나 포스트의 대대적인 추가보도로 정치 중심지 워싱턴에서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장씨는 지난해에 5만3천7백달러(약 7천만원)의 불법 기부를 시인한 후 검찰에 협조하고 있어 스캔들에는 7선 하원의원 출신인 민주당의 유망 정치인 토리첼리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기도 하다.

장씨의 신상은 수수께끼 같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그가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했으며 19세 때 런던의 일류학교에서 공부했고 그 후 중동 석유 거래로 거액을 모아 뉴저지 힐튼호텔을 구입했다는 것.

하지만 그의 결혼생활.사업내용.소득출처 등은 안개에 싸여 있다.

장씨는 클린턴 집권 전에는 공화당 쪽에 자금과 줄을 대 제6함대 사령관 출신으로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데일 머피를 로비스트로 기용, 1991년 대북한 곡물수출권을 따냈다.

그는 북한이 7천1백만달러의 대금을 지불하지 않자 미국 내에 동결돼 있는 북한 자산으로 변제받으려는 계획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토리첼리 의원과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댔다.

토리첼리가 국무부에 얘기해 스탠리 로스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장씨의 그런 계획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장씨의 구상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장씨는 결국 자신이 주장하는 대북 거래대금을 받지도 못하고 토리첼리를 비롯한 민주당측과 정계.검찰 등의 신뢰를 잃어 지금은 곤경에 처해 있다.

상원외교위 소속으로 미 국무부에 영향력이 있는 토리첼리는 99년 7월 한국을 방문해 김종필 총리와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을 만나 장씨의 대한생명 인수를 로비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康장관 면담 때 예고도 없이 장씨를 대동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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