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1동 '내집안 주차장' 운동 효과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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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얼마전만 해도 서울 송파구 송파1동 16 일대 주택가 골목길에는 쇠사슬과 헌쌀통 등이 즐비했다. 폭 6m 이면도로 양편에 늘어서 있는 단독주택의 주민들이 주차 공간을 지키기 위해 갖다놓은 것들이다.

퇴근 시간이면 식구들이 골목에서 주차 공간을 번갈아 지키기도 했다. 밤이면 이웃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일도 많았다. 마찰이 반복되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 금이 갔다.

하지만 이 동네에 최근 작은 변화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성이 사라진 대신 함께 어울려 지내는 '이웃 사촌 문화' 가 정착되고 있다.

지난달 말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 세 가구가 '내집 안 주차장 갖기 운동' 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골목 쪽의 높은 담장과 대문을 헐고 마당에 주차장을 만들었다. 집 사이의 담장도 헐고 그 자리에 몇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사진) 집안에서 가꾸던 화분까지 내놓자 골목은 푸르름이 우거진 트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소방차 진입을 막아 작은 불이 큰 피해를 냈다는 얘기를 듣고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이웃집 아이들의 이름도 알게 되고 서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돼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

담장을 헐어낸 김성춘(金成春.59)씨는 주차난도 덜고 이웃간의 정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골목길 일대의 경관이 좋아져 동네 명소가 됐다.

주민들은 "담장을 허물면 도둑이 들까 걱정했지만 옆집에서도 잘 보여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효과가 알려지자 이 골목에서 최근 한 가구가 더 담을 없앴다. 또다른 한 가구는 담헐기 공사를 하고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와 개조 방법을 묻는 주민들도 많다.

'내집 안 주차장 갖기 운동' 은 서울시와 구청이 주택가 이면도로의 심각한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다.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만들 경우 설치비용의 80%까지 지원해 준다. 金씨의 경우 마당에 주차장 두 개면 설치 비용 2백70만원 중 1백70만원을 받았다.

서울시내에서 이 운동이 시작된 1999년 이후 지금까지 3천여 가정이 참여했으며 지난달 이후 신청한 것만 1천여건에 달한다. 신청은 각 구청 교통 관련 부서나 동사무소에 하면 된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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