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벤처캐피털 대표 주가조작 혐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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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업체를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서일우(35) 전 한국기술투자(KTIC)홀딩스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서 전 대표의 부친인 서갑수(63) 전 한국기술투자(KTIC)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전 대표는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작전세력’과 짜고 장내 매수로 계열사인 KTIC글로벌의 주가를 띄운 뒤 시세 차익 35억원을 거둔 혐의다. 이 과정에서 홍콩계 헤지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애셋매니지먼트(PAM)가 동원됐다. PAM은 국내 투자자 중심으로 세워진 회사로 조사됐다. 서 전 대표 등은 외국계 펀드가 매수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점을 노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서 전 대표는 KTIC홀딩스와 계열사의 자산 168억원을 주가조작 과정 등에 동원했고, PAM 측과 약정한 542억원의 원금보장 채무를 부담케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사채를 빌려 S상선을 인수한 뒤 이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회사 자금 471억원으로 인수 잔금과 사채 자금을 갚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 전 회장은 회사 돈 300억원을 횡령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횡령한 돈 가운데 절반이 넘는 612억원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인수합병 이전에 총자산 3000억원의 견실한 기업이었던 S상선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회사로 전락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KTIC는 1986년 설립된 국내 첫 벤처투자회사로 89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등록됐다. 2006년 KTIC홀딩스의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이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회사인 SBI코리아홀딩스로 넘어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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