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넘은 역사 분쟁, 하나씩 합의점 찾아 나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인 조광 고려대 교수는 “(근·현대사 논의에서) 한계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양국 학자간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학자의 입장에서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눴고 새로운 대화와 연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설립 목적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조 교수는 “1기에 비해 2기가 진일보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역사 대화의 필요성에 양국 연구자들이 모두 더 깊게 공감했다”고 했다. “교과서위원회를 설치해 한·일 상호간 역사 교과서를 공동 토론의 장에 올려놨다”는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한반도에 외국의 영토가 존재했다거나 외국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군사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에 대해 재검토하거나 정정할 필요가 있으며,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데 양국 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이 달라진 계기는.

“이번에 참여한 연구자 이외에도 이미 임나일본부설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연구자가 적지 않았다. 일본학계가 2기 위원회에서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합의하는 데 크게 분위기를 조성했다. 연구 발전 과정에서 얻어진 당연한 결과다. 2기 위원회에서 발표된 논문도 새로운 연구 성과다.”

-정권이 바뀌면 역사인식이 바뀔 가능성도 있지 않나.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양국 연구자들이 합의한 부분은 쉽게 바뀔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

-한·일 강제병합 과정에 대해 양국 위원간 차이는.

“한·일 강제병합 문제는 24개의 공동 연구주제 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을사늑약과 관련해 특이한 견해를 제시한 위원이 있었고, 그에 대해 우리 측 위원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합의하지 못했다. 일본 측 위원의 특이한 견해는 위원 개인의 견해로 일본 학계를 대변하는 견해는 아닐 것으로 본다.”

-한·일간 공통점과 차이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나.

“공통점과 차이점이 확연하게 드러난 건 많지 않다. 한·일간의 역사 분쟁은 1세기 넘게 진행됐다. 그 해묵은 분쟁거리가 한두 번의 대화로 해결될 수 있다면 그 분쟁 자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의견 합치는 하나씩 하나씩 이뤄져야 한다. 합의점을 찾아내고 차이점을 드러내기 위한 위원회였으므로 위원회의 목적은 제대로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전수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