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교회, 대형교회로는 처음 재정내역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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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안교회(담임 김동호 목사)가 교회개혁을 위한 '교회재정 투명화' 운동을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예.결산 내역을 공개했다.

서울의 대형교회가 공개석상에서 재정 내역을 완전히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개신교 교회들의 경우 재정을 소속 신자들에게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재정 내역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일부 대형교회들의 경우 장로.집사와 같은 제직자들에게조차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 현실이다.

김동호 목사는 7일 서울 강남교회에서 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기윤실.공동대표 손봉호 강영안) 주최로 열린 '건강교회창립 월례포럼' 첫모임의 발제자로 참석, 재정 내역을 공표하고 기밀비 등 개인적으로 쓴 비용도 밝혔다.

김목사는 재정공개를 결심한 데 대해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운영의 불투명성이다. 교회가 크다고 하더라도 운영이 민주적이고 공개적이면 문제될 것이 없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재정운영을 하고자 노력해온 목회자로서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고 설명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동안교회의 2000년 예산은 모두 37억원. 2000년 초 성인 출석신자수(실질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의 수)가 3천여명이었다가 올해초 4천여명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 지난해 평균 약 3천5백명의 신자들이 출석했다고 추산할 경우 성인 신자 1인당 연평균 1백만원 남짓한 액수의 헌금을 낸 셈이다.

동안교회에 이름을 등록한 신자, 즉 재적교인수는 7천여명. 통상 재적교인수가 5천명을 넘을 경우 대형교회라 한다.

먼저 수입(헌금)내역을 보면 교인들이 자기 수입의 10분의 1을 정기적으로 교회에 내는 '십일조 헌금' 이 23억여원으로 전체 헌금의 64%를 차지했다. 주일 예배에서 내는 '주일 헌금' 은 약 11%로 둘째로 많은 항목이다.

이밖에 부흥회나 심방에 감사하는 뜻에서 내는 '감사 헌금' 은 약 8%. 주요 절기(부활절.추수감사절.성탄절)마다 내는 '절기 헌금' 은 5.4% 등이다. 대부분 헌금이 '십일조' 형식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느냐' 는 부분이다. 김목사는 이에 대해 "우리 교회가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건강한 교회' 로 자부하기는 힘들다. '건강한 교회' 라면 적어도 교회예산의 절반 정도를 교회밖 어려운 이웃돕기와 같은 대사회적 용도로 사용해야한다고 보는데, 동안교회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할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98년 완공한 교회 건축비(1백억원)를 갚는 데 적지않은 돈(2000년의 경우 약 10억원)이 나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안교회가 밝힌 지출내역에 따르면 교회밖을 위해 사용하는 액수는 전체예산의 26%내외. 구체적으로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구제비가 1억8천만원, 장학금이 1억여원, 지역주민을 위한 음악회와 선물비용 이 3천4백여만원 등이다.

선교를 위한 비용은 국내외를 포함해 모두 4억6천만원 정도. 급여는 모두 7억4천만원으로 전체예산의 20% 가량을 차지했다. 김목사는 이날 한 토론자가 자신의 월급여에 대해 질문하자 "대기업 부.차장 수준" (연봉 약 4천2백만원)이라고 밝혔으며, 기밀비에 대해서는 "영수증 필요 없는 기밀비는 월 70만원이며, 영수증을 첨부하는 목회비를 포함하면 월2백만원까지 개인적으로 쓸 수 있다" 고 밝혔다.

담임목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목회비와 기밀비가 일부 대형교회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많으면 억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목사는 "민주적 재정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회장(담임목사)이나 당회원(장로)과 같이 교회내에서 힘있는 사람들이 재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점이다. 집사.권사와 같은 분들이 돈을 집행하고, 그보다 높은 장로는 감사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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