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피해자, 검찰 수사잘못으로 억울한 옥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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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채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서민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 때문에 오히려 무고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는 사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金京一재판관)는 2일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이현기(李炫基.33)씨가 대전지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李씨가 사기혐의로 채권자 金모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金씨는 무혐의 처리하고 李씨를 무고혐의로 기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 며 "검찰의 재수사가 필요하다" 고 결정했다.

李씨는 1997년 사채업자 金씨로부터 자신의 승합차를 담보로 월 25%의 이자로 1백만원을 빌리면서 인감증명서.주민등록등본을 주고 金씨가 내미는 문서에 내용 확인없이 서명 날인했다.

金씨는 1년 후 1백만원을 받지 못하자 李씨가 서명한 문서를 이용해 승용차를 구입하고 할부금 5백70만원을 李씨에게 떠넘겼다.

이에 대해 李씨는 金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金씨는 사기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하고 오히려 李씨를 무고 혐의로 기소한 것.

李씨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3월 23일부터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金씨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李씨의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만큼 검찰은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면밀하고 다각적인 수사를 해야 했다" 며 "일관성 없는 金씨의 주장만 그대로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한 것은 잘못" 이라고 밝혔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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