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정국불안… 쿠데타설로 '우울한 100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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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임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축출로 선거없이 필리핀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글로리아 아로요(사진)가 29일 취임 1백일을 맞았다.

현재 극심한 정국불안이 경기침체를 부추기는 데다 쿠데타 소문마저 끊이지 않아 아로요는 민심장악과 경제회생이라는 취임 초의 두가지 과제를 모두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에스트라다의 전격적인 체포(25일)는 아로요의 정치적 능력마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아로요는 에스트라다 체포를 "필리핀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 이라고 평했지만 주로 도시빈민층인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의 분노만 샀을 뿐이다.

특히 정치평론가들은 아로요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총선과 지자체선거(5월 14일)를 불과 3주 앞둔 상황에서 아직도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에스트라다를 체포한 것은 반대파에게 호재를 만들어줬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은 체포 이후 연일 시위를 계속하며 사회불안을 더하고 있다. 27일에는 10만명이 '피플파워' 성지에 모여 "에스트라다가 다시 대통령에 복귀해 헌법이 바로서길 바란다" 며 아로요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9일에는 마닐라 근교의 쇼핑몰에서 두건의 폭발사고가 발생, 37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같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돼 에스트라다를 큰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시켰던 빈곤층이 다시 그의 지지세력들에게 표를 몰아줘 의회를 장악한다면 에스트라다 사법처리는 물론 아로요 정권의 정통성마저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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