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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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치관도 다양화하며 당연히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도 변한다. " 은행이 쓰러지는 시대, 어제의 성공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혼돈의 시대에는 과거 고도 성장시대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간『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의 저자 호리바는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하며 사람을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환경이 바뀐 시대에 기업과 개인이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상황에 따라 자신이 지닌 가장 좋은 점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유연성이야말로 일 잘하는 사람의 조건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이건 꼭 이렇게 해야 한다' 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을 때 단점조차 뒤집어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론으로 들어가면 76세 고령임에도 저자의 상식을 깨는 과감한 역발상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이 책을 지난해 10월 말 일본에서 출간될 때부터 화제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깊이 생각하는 사람, 적이 없는 사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사람,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 등 대체로 좋은 품성으로 간주되는 덕목들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선 '무능의 대명사' 라고 질타당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결정을 과감하게 빨리 내리고, 대세를 거스르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 시키며,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것을 능력의 조건으로 치켜세운다.

저자의 냉정한 시선은 "비즈니스는 결과가 전부다. 과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가 없으면 실패고, 빈둥빈둥 놀아도 성공하면 승자다" 라고 말하는 데서 절정에 달한다.

과정도 평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날로그 발상' 이고, 결과가 전부라는 생각이 '디지털 발상' 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예로 시간의 경과를 표시하는 아날로그 시계와 결과만을 알려주는 디지털 시계를 대비시킨다. 우리의 전통 문화와 배치되는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위기의 시대 일정한 적실성과 함께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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