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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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원제 假如我能行走三天
장윈청 지음, 김택규 옮김
황매, 312쪽, 9500원

“누구라도 하루를 꼬박 방안에서 지내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될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방안에서 장장 10년을 지냈습니다. 10년을! 3600번이 넘는 낮과 밤을!”

그는 감옥에 있는 것일까. 장윈청(24·張雲成·사진)은 한탄한다. “나와 셋째형은 죄수만도 못하구나.” 중국 흑룡강 언저리의 외진 시골 마을의 청년 윈청은 형과 함께 세살 때부터 앓아온 진행성 근이영양증으로 지금은 물 한 잔도 들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온 몸이 마비되어 가는 고통, 불치병으로 서서히 죽어 가는 형극 속에서도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울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남은 생을 허송세월하느니 차라리 힘껏 싸우리라!”

평생 단 하루 학교 문턱을 넘어본 그가 13억 중국 인민을 뒤흔든 책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을 쓴 바탕에는 내일 죽더라도 절대 헛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강철 같은 의지가 있었다. 독학으로 글을 깨치고 혼자 글쓰기를 익힌 그는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을 키우며 뜨거운 마음으로 삶과 사람들을 껴안는다. 자꾸 굽는 손 때문에 10분 쓰고 나면 1분쯤 쉬어줘야 펜을 다시 잡을 수 있기에 윈청에게 글쓰기는 형벌과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손을 괴롭히던 그 펜과도 이별해야 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성적 때문에 자살하려던 한 소녀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철이 든 그날부터 난 스물여덟살밖에 못 산다는 무정한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지. 하지만 이토록 잔인한 현실에서도 난 한 번도 죽거나 숨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네 미래는 아직도 창창하단다. 장대한 인생의 여정에서, 그저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인생에서 시험의 성패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니? 잊어서는 안 돼, 네가 네 운명의 주인이란 걸!”

윈청은 “비바람을 겪지 않으면 무지개를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의 글은 거친 폭풍우를 뚫고 나온 단단하고 심지 굳은 결로 사람들의 마음을 뚫고 들어온다. 몸은 멀쩡해도 마음에 장애가 깊은 사람에게 그가 들려주는 한마디 한마디는 뼈를 깎는 아픔에서 피어오른 꽃같다. “나는 건강한 신체는 잃었지만 아직 건강한 영혼을 갖고 있다. 내 영혼은 이 시간에도 순간순간 약동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삶을 태양처럼 뜨겁게 찬란하게 그 빛을 창공으로 높이 치솟게 해야 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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