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 박터를 잡아라] 下. 치료와 예방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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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헬리코박터 감염자는 항생제와 제산제 등 몇 종 이상의 약물을 1~3주간 복용하면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 물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하며 치료비용은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0만원 내외다.

문제는 누가 치료 대상인가 하는 점이다. 1천만명이 넘는 국내 감염자를 모두 치료해야 한다면 천문학적인 치료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일단 헬리코박터 감염자 중 재발성 궤양이 있는 경우 치료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단순히 위암예방 차원에서 치료하는 것에 대해선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직계가족 중 위암환자가 있거나 내시경에서 만성 위축성위염 등 위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병변이 발견된 경우

▶30~40대로 나이가 젊어 치료 후 장래의 예방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선 환자가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치료는 동네의원에서도 가능하며 약물 복용기간 중 설사와 식욕부진이 있을 수 있으나 부작용은 경미한 편이다.

경제적.시간적 부담만 감수한다면 의학적으로 헬리코박터 세균을 위장 내에 갖고 있어 좋을 것은 하나도 없으므로 환자가 원하면 대부분 치료받을 수 있다.

치료 후엔 재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인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자이므로 헬리코박터가 박멸됐더라도 식생활 등 개인위생에 신경쓰지 않으면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그릇에 숟가락을 섞거나 술잔 돌리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건강보조식품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의학적 치료는 아니지만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성분이 일부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산균의 일종인 락토바실러스 세균과 계란 노른자, 한방제제인 차조기잎 등에서 헬리코박터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이 규명됐다.

서울대의대 정현채 교수팀이 21명의 감염자에게 4주간 이들 성분을 투여한 결과 18명에게서 요소호기 검사상 헬리코박터 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식품에서 추출한 성분은 부작용 없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며 의사의 처방전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 성분은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일부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을 뿐 약물치료와 달리 헬리코박터를 위장 내에서 뿌리뽑는 박멸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건강보조식품은 완치보다 치료제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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