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2면

중소형 규모의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수익률을 바탕으로 적당히 몸집을 불린 중소형 펀드에 계속 돈이 몰리고, 몸집이 커지면서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이 2009~2010년 순유입 상위 펀드를 분석한 결과, 설정액이 500억원 이하인 작은 펀드에 투자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올 들어 자금이 유입된 펀드 중 19%가 설정액 500억원 이하의 중소형 펀드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500억원 이하 펀드의 설정액 비중이 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중소형 펀드의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소형 펀드가 중형 이상으로 커지면서 수익률도 좋아지는 ‘규모의 효과’도 중소형 펀드 부상에 영향을 줬다. 자금 유입으로 ‘실탄’을 확보한 펀드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새로운 투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해 자금 순유입 상위 3위를 기록한 ‘한국네비게이터’와 ‘트러스톤칭기스칸’ ‘삼성스트라이크’가 대표적인 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그동안의 사례에 비춰보면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는 폭이 컸다”고 말했다.

물론 규모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펀드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경우 종목 선정이나 섹터를 선정하는 데 운신의 폭이 좁아져 초과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유 종목 수도 늘어나게 돼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대열 팀장은 “펀드의 규모가 작더라도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서도 수익률이 괜찮은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규모가 작은 펀드는 수익률의 변동성이 크고 자금이 빠질 때는 타격이 더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 들어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펀드 성과가 우수한 성장형 펀드 ▶수수료가 낮고 유형이 다양해진 인덱스 펀드 ▶동일 유형 펀드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대표 펀드 ▶테마펀드 중에는 그룹주 펀드 등에 몰렸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