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더위… 음료업계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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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날씨가 예년보다 일찍 더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좀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이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음료업계 종사자들이다. 기온상승은 곧 이 업계의 매출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음료업계 매출은 기온이 섭씨 30도일 때는 0도 때의 4배 가까이로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마치 대입시험이 어려워지면 학원.학습지 업계가 콧노래를 부르는 것과 흡사하다.

음료업계의 성수기는 날씨가 더운 6~9월이다. 1년 매출의 절반이 이 기간 중 일어난다. 아직은 비수기다. 업계는 그럼에도 올해는 일찌감치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제품을 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기존 제품에 대한 판촉활동도 강화하는 중이다. 벌써부터 이러니 올 여름에는 어떨까.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올 여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장기기상예보다.

올 여름 어떤 음료가 우리의 갈증을 풀어줄까. 업계 움직임을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과거에는 '음료' 하면 '단순히 갈증해소를 위한 마실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계층이나 사람에 따라 소비성향이 천차만별이다. 기호가 세분화.고급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톡 쏘는 강한 맛보다는 가볍고 부드러운 맛의 음료가 인기를 더해가는 중이다. 소비자들은 또 마시면서도 건강과 미용을 생각한다. 피부미용.변비해소.피로회복.다이어트.콜레스테롤 조절 등에 좋은 음료들을 선호한다.

지난해 미과즙음료가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 같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미과즙음료는 청정수에 3% 정도의 과즙만 들어있다. 기존 주스음료는 50% 정도가 과즙이다.

그래서 마실 때 과즙이 질겅질겅 씹혔다. 마시면서 과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나도록 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미과즙음료는 깔끔하고 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2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롯데의 '2% 부족할 때' 와 남양유업의 '니어워터' 등은 2천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기존에 인기있던 스포츠음료를 단번에 추월했다. 그 이유는 뭘까. 매일유업 관계자는 "탄산음료나 주스에는 싫증나고 생수는 심심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미과즙음료로 쏠렸다" 고 분석했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업계는 이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올 여름 성수기를 겨냥,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차음료가 그 중 하나다. 업계는 최근 다투어 홍차음료를 신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부드러운 맛에 다이어트나 피로회복 등 건강에도 좋다는 차음료의 기능 때문이다. 기능성 저과즙음료의 등장도 눈 여겨 볼만하다. 저과즙음료는 과즙이 10% 정도 포함된 주스류다. 기능성이 강화된 유제품도 올해 등장했다.

빙그레의 '5n캡슐우유' 다. 이 제품은 부족하기 쉬운 각종 영양소를 캡슐에 넣어 우유에 첨가했다.

새로 나온 신체조절음료도 눈길을 끈다. 남양유업은 최근 '밸런스3' 을 내놓았다. 지난해의 미과즙음료 선풍은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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