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폴리스 라인은 질서의 상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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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찰의 폴리스 라인(질서유지선)을 무단 제거한 30대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1999년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근거가 마련된 폴리스 라인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입건된 첫 사례다. 도처에서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모처럼의 엄정한 법집행으로 환영할 만하다.

우리 사회에선 지난 10여년간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의 안전과 질서의 가치는 평가절하돼 왔다. 공무집행방해죄로 검거된 사람만 하더라도 2000년 5000여명에서 지난해에는 8000명에 육박했다. 최근에는 범인을 잡으려던 경찰관 두 명이 피살당하고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맞아 숨지는 일까지 있었다. 경찰관이 인권시비와 과잉대응 논란이 무서워 총기 소지를 꺼리고, 교도관이 재소자의 고소협박 때문에 질질 끌려다니는 현실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다.

당국은 차제에 공권력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방임이 아니라 질서이며 그 질서는 공권력의 정당한 사용에서 유지될 수 있다. 집회 장소의 소음 규제도 마찬가지다. 집시법에 규정이 신설됐지만 정작 현장에선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경찰은 이런저런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인권은 침해돼선 안 될 핵심가치다. 그러나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고 실정법을 어긴 행위는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도 허가된 집회와 시위는 철저하게 하되 선을 넘으면 가차없다. 대규모 시위에서 폴리스 라인을 넘으면 즉시 체포하고, 시위현장에 즉결법정을 설치해 판사가 즉석에서 영장을 발부하기까지 한다. 공공의 안전과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규모 집회에서 아직도 폴리스 라인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의 적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적대행위를 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