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리만 공조" 답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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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당과 협상이 진행되는 대로 나에게 직접 보고하라. "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20일 '4월 임시국회 법안처리대책위' 의 첫 회의를 소집, 이렇게 지시했다. 그는 표결처리 상황까지 염두에 둔 듯 "이번 회기 내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판단하겠다" 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서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하라" 는 지시를 받았는데도 주요 법안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직접 독려에 나선 것.

金대표의 이런 모습에는 'DJP+α' (민주.자민련.민국 3당 정책연합)의 겉모습에 가려진 고민이 담겨 있다. 지난 16일 金대표는 3당 대표회동을 통해 정책연합을 선언하면서 "과거와 같은, 단발적인 '케이스 바이 케이스' 식 협력이 아니라 안정적인 정책연합의 모습을 보여줄 것" 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책관계자들은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답답하다" 고 말한다. 사립학교법 등 교육 3법과 모성보호법은 공동여당간 의견차이로 한나라당과의 논의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수개월째 논의 중인 인권법 등 개혁표방 3법.재정관련 3법도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은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한 사립학교법과 출산휴가기간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모성보호법 개정안에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국당도 자민련에 동조하는 편이다.

당 관계자는 "자민련.민국당은 자기들의 '정체성(正體性)' 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며 "정책공조라기보다 '자리 나눠먹기' 공조인 것 같다" 고 꼬집었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에도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면 개혁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 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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