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반미연대 동참… 수뇌부 잇단 중국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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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난 1월 20일.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에선 장쩌민 주석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회담을 열고 양국 결속을 다졌다.

미국이 "북한은 믿을 수 없는 나라" "중국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로 몰아붙이는 강경노선을 내걸자 양국은 빈번한 교류를 통해 반미(反美)공조체제 구축에 나섰다.

지난 2월 초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王家瑞)부부장에 이어 3월 말에는 江주석의 오른팔 쩡칭훙(曾慶紅)당 조직부장이 북한을 찾았다. 이들 모두 金위원장을 만났고 金위원장이 베푼 만찬에 참석했다.

북한주재 중국대사였던 완융상(萬永祥)이 지난해 3월 이임할 때를 빼고는 3년여의 임기 동안 단 한차례도 金위원장과 면담할 수 없었던 과거의 냉랭한 분위기와 비교하면 이는 엄청난 변화다.

중국을 찾는 북한 인사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 2월 초 김용술 무역성 부상에 이어 3월에는 박길연 외무성 부상과 강동근 과학원 부원장이, 4월엔 조규일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의 중앙위원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잦아진 북.중간 교류는 지난 3월 25일부터 중국의 다롄(大連)과 평양을 잇는 항공노선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곧 동북의 요충지 랴오닝(遼寧)성 성도인 선양(瀋陽)과 평양을 잇는 항공노선도 다시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부시 정부의 강경노선이 북.중에 공포와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북.중이 한동안 잊었던 '혈맹(血盟)' 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고 있다" 고 지적한다.

부시가 북한에 대해 비난의 수위를 높이던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중유 1만5천t을 지원한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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