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푸틴 왜 못 만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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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은 물건너간 것인가.

당초 러시아.일본 언론들은 金위원장이 4월 17일께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16일까지 평양과 모스크바는 대외적으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들은 북.러 정상회담의 지연을 '평양 탓' 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북.러 정상회담의 일정.장소.의제 등을 확정짓기 위해 예비 접촉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평양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침묵으로 일관, 모스크바의 속을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평양의 침묵과 관련해 '선물론' 과 '장소론' 이 대두하고 있다. 선물론에 따르면 金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선물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金위원장은 러시아에서 석유.신형 탱크와 미그29기 등을 시가(時價)보다 싼 '우호 가격' 으로 구입하고자 하나, 푸틴 대통령은 시가대로 거래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소론과 관련, 金위원장은 회담 장소로 블라디보스토크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이 비행기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와서 金위원장과 만나자는 얘기다. 그러나 푸틴은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모스크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상회담이 모스크바에서 개최된다면 金위원장이 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동한 후 다시 비행기편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북.러 정상회담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북한이 이를 포기한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일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는 두만강 '우호 철교'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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