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강행 신문고시] 남아있는 문제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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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정거래위의 신문고시 부활에 신문협회가 줄곧 반대해 온 근본적인 이유는 언론이란 특수한 시장의 룰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신문협회는 "굳이 룰을 만들겠다면 시간을 두고 신문협회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 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겠다는 신문고시에는 공정거래위가 일선 지국과 광고주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조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신문사가 지역에 따라 지국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그렇다. 신문의 판매실적은 지역특성에 따라 다르다.

도시냐 농어촌이냐, 아파트냐 단독주택이 밀집한 곳이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한 일간신문 관계자는 "시골처럼 원천적으로 판매가 어려운 곳이나 비슷한 지역에서 실적이 뛰어난 곳은 인센티브를 주게 마련인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배타 조건부 거래행위 금지' 조항도 문제다. 이는 신문사 지국이 경쟁지를 함께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공동판매의 허용' 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지국차원에서 신문을 복수로 취급하게 되는 점은 인정했다. 가전제품처럼 특정회사 제품만 파는 전속 대리점과, 여러 회사 것을 함께 파는 대리점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전업계에서도 전속계약을 맺은 경우엔 그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결국 신문사들만 전속계약을 위배해 경쟁지를 취급하는 지국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독자의 신문 선택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독자가 외면해 팔리지 않는 신문을 취급해온 지국의 경우 앞으론 기존신문과 함께 다른 경쟁지를 취급하면서 계속 존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기사를 불공정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의한 조항도 있다.

'거래강제행위 금지' 에는 신문사가 광고를 유도하기 위해 광고를 주지 않는 이에게 불리한 기사를 싣는 행위를 금지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판매와 편집이 분리돼 있는 정상적인 신문사의 실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불리한 내용이 보도된 당사자들이 광고를 주지 않아 보복 당한 것이라고 주장할까봐 걱정" 이라며 "최종 판단은 공정위가 하도록 돼 있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자의적 해석이 뒤따를 소지가 있다" 고 지적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금지' 에도 불확실한 내용으로 광고주를 비방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언론의 비판적 문제 제기 기능까지 위축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해 당사자들이 불리한 사실을 숨기게 마련인 상황에서 기사의 불확실성 여부는 그 미묘함 때문에 언론중재위나 법원이 판단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경제부처인 공정위가 여기에도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 자체가 오해의 대상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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