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 귀임 왜 늦추나]"아직 갈때 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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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표시로 일시 소환 중인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의 귀임(歸任)이 늦어지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주말께 崔대사를 귀임시킬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거듭 "재수정은 고려치 않고 있다" 고 밝히는 등 '귀임 명분' 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런 판국에 崔대사의 조기 귀임은 국민정서에 반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둘째는 오는 16일 도쿄(東京)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국내 창작오페라 '황진이' 공연과 얽힌 문제다.

崔대사가 이번 주말께 귀임하게 되면 이 공연을 관람할 예정인 아키히토(明仁)일왕을 영접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崔대사 소환 이전까진 '교과서 문제를 다른 외교사안과 연계하지 않는다' 는 대응방침과 '일왕의 첫 한국 공연 관람' 이라는 명분 때문에 국제 의전에 따라 崔대사가 일왕을 영접키로 했었다.

그러나 왜곡 교과서가 일왕을 정점으로 한 '황국사관(皇國史觀)' 에 입각하고 있어 만약 崔대사가 일왕을 영접할 경우 거센 국민반발이 일어날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므로 崔대사의 조기 귀임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일왕 영접을 아예 하지 않을 경우도 역풍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崔대사 대신 주일 대사관 관계자에게 일왕 영접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한편 崔대사는 일왕 영접에 앞서 일본 전철역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이수현(李秀賢)씨 부모와 함께 모시 요시로(森喜朗)총리를 예방한 뒤 교과서 왜곡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의사를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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