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불씨 남긴 국민 주택은행 합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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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1일 의견접근을 본 국민.주택은행의 합병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돼 향후 합병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협상 타결 과정에 정부가 관여한 흔적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으며, 금융노조가 이를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일정 늦어지고 신설법인 되살아나〓당초 신설법인을 만들어 합병을 하기로 했던 두 은행은 올들어선 한 은행을 존속법인으로 정해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최범수 합병추진위 간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신설법인에 의한 합병은 협상이 원만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축복받지 못한 것이므로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11일에는 신설법인을 통한 합병으로 뒤집혔다. 당초 7월 1일로 잡았던 합병은행 출범일이 11월 1일로 연기된 것도 합추위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세웠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계에선 신설법인 방식으로 합병하려면 추가비용 부담이 큰데 합추위가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崔간사는 "지난달 말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비용부담이 1천억원 정도 경감될 것으로 본다" 며 "몇백억원을 더 부담하더라도 합병은행의 장래를 위해서는 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고 설명했다.

◇ 정부 관여 두고 논란=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9일과 10일 국민.주택은행장의 심야담판에 참여한 것을 두고 금감위가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맞추기 위해 협상 타결을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산업노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보고를 위해 만들어진 합병계약은 원천무효" 라며 "李위원장 해임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강제합병을 하지 않겠다' 는 지난해 노정약속을 위반한 정부를 상대로 1천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권석 금감위 대변인은 "李위원장은 합병협상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다만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대화의 장을 만드는 역할만 했다" 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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