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박상호·박정자 남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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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원로 영화인 박상호(70)감독과 연극배우 박정자(58)씨가 각기 연출하고 출연했던 영화를 한데 모아 상영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16일부터 5일간 자료원 시사실에서 개최하는 '박상호.박정자 남매전' 이 그것.

박감독은 1956년 '해정' 으로 데뷔, 71년 '짚세기 신고 왔네' 까지 모두 23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중 억척스러운 함경도 여자의 삶을 그린 라디오 연속극 '행복의 탄생' 을 영화화해 흥행에 성공했던 '또순이' , 모정을 찾아 DMZ를 넘어온 어린 남매의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비무장지대' 등은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던 대표작들이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선 굵은 연기로 널리 알려진 연극배우인 박씨는 63년 연극 '팔려가는 골동품' 으로 데뷔해 줄곧 연극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김기영 감독의 '충녀' 등 모두 1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 (75년)과 정진우 감독의 '자녀목' (84년)에선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연기력을 과시했다.

실제 박정자씨가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데도 오빠 박감독의 영향이 컸다. 박감독이 40년대 후반 극단 신협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불과 일곱살이던 박정자씨의 손을 잡고 부민관 등을 돌며 연극을 보곤 했던 것. 박정자씨는 "오빠와 함께 도시락을 싸들고 '원술랑' '마의 태자' 등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며 "아마 오빠가 아니었다면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 말했다.

상영작은 '해방동이' (67년작.16일) '시댁' (69년작.17일) '남남북녀' (67년작.18일.이상 박상호 감독 작품) '육체의 약속' (75년작.19일) '자녀목' (84년작.20일.이상 박정자씨 출연작). 박감독의 작품 중 '또순이' 와 '비무장지대' 등은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상영을 못한다. 02-521-3147(교환1).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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