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추운 사계절이 가고 다시 오나니
그 누가 이 마음 속의 경전(經典)을 알리
이 늙은이 홀로 '글자 없는 책' 을 펼치나니
소나무 그늘에 앉아 이 한 생을 보내리라
(四序炎凉去復來 誰人知得自心經
老僧獨把無文印 坐看松陰過一生)
- 소요 태능(逍遙 太能.1562~1649)의 '마음 속의 경전(一券經)'
옛 사람은 일러 인생이란 끝 없이 배우는 자라고 했다. 옛날 그리스의 어떤 철인은 한 마디로 인간이란 '지적(知的) 호기심을 가진 동물' 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운다는 말인가. 일생을 살면서 훌륭한 스승 한 분을 만나는 것 또한 그 무엇에 비견될 수 없는 행복일지 모른다.
소요 대사는 아마도 사계절이 무상하게 순환하는 이 자연의 이법(理法)을 통해 큰 깨우침을 얻었던 모양이다. 자연이 큰 스승이라면 사계절의 변화야말로 그의 가르침, 즉 경전이 아니겠는가.
오세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