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함구령 무시… 여 개헌론 군불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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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본회의는 개헌론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민주당 이훈평(李訓平).정장선(鄭長善)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개헌론을 거론치 말라' 는 함구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꺼냈다. 국회 밖에서도 민주당 차기 예비주자들은 방송 시사프로에 나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金대통령의 가이드 라인이 무시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는 게 정치권 주변의 얘기다.

한나라당은 "金대통령은 만류하고 밑에서는 개헌 불 지피기를 계속하는 여권의 이중플레이" 라고 의심했다.

◇ 여야 공방〓국회에서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5년 단임제는 임기 말 현상이 빨리 찾아와 소신있는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 며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핵심 측근. 같은 당 정장선 의원도 "대선.총선을 한꺼번에 치러 국력 낭비를 막자" 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의 권오을.엄호성 의원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음모" 라고 단정하고 "개헌을 하려면 내년 대선 때 공약으로 제기해 국민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 고 주장했다. 같은당 이원창(李元昌)의원은 "대권에 눈이 어두운 여권 실세들이 앞장서 개헌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고 지적했다.

자민련은 "내각제에선 여소야대.레임덕(권력누수)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元喆喜의원)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이한동(李漢東)총리는 "정부는 어떤 형태의 개헌도 고려치 않고 있다" 고 말했다.

◇ "내각제 일단락됐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김근태 최고위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헌법을 고쳐야 한다" 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李위원은 DJP의 대선 공약인 내각제 개헌에 대해 "여론(의 반대)때문에 사실상 일단락됐다" 고 말해 자민련의 반발을 샀다.

김중권(金重權)대표가 '金대통령의 뜻' 이라며 개헌 논쟁을 자제하라는 당부에 대해 이들은 "정치적 소신" (金위원), "(자제 당부에)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李위원)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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